TV 이야기
세계와 나 W (2008. 1. 8.)
Alyosha
2010. 1. 9. 02:51
행복한 시스템의 나라, 덴마크
네 아이를 둔 어느 여성의 생활. 6개월 출산휴가와, 남편의 6개월 출산 휴가. 신선한 공기를 쐬어주기 위해 아기를 집밖 유모차에서 재우고, "덴마크에 아기 도둑은 거의 없으니 걱정없어요"라고 말하는 그녀의 웃음이 새뜻하게 느껴졌다. 전동차를 타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20살 남성 전신지체장애인과, 그를 8시간 동안 돌보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어느 22살 여성. 8시간 간격으로 세 번씩 돌아가면서 장애인들을 돌본다고. 또 다른 50대 전신지체장애인은, 하루 풀타임 근무로 7일씩 돌아가며, 총 7명의 도우미를 '고용'(정부의 지원금)하고 있었다. 돌봄의 제도적인 노동化에 대해(조한혜정). 공적 시스템과 사적 시스템(가족, 친지, 친구)의 조화로운 공존에 대해. 그리고 우리 사회의 '공존의 결핍'에 대해. 덧붙이자면 우리나라에 문소리 설경구 주연의 <오아시스>가 개봉된 것은 2002년 8월 15일이었다. 슬픈 일이다. 8년 동안에는 과연 얼마나 많이 바뀌었을까?
20억 달러를 기부하고 수억 달러를 세금으로 내는 재단을 세운 어느 대기업 회장의 인터뷰. 기부하는 문화. 카메라는 칼스버그 맥주, 노데아 은행 등의 대기업 빌딩도 비추고 있었다. 코펜하겐 시청 사회부 대변인은 대부분의 복지예산은 시의회 예산에서 나온다고 했다. 방송에 소개된 그래프에 따르면 GDP 대비 세금의 비율이 20% 초반대인 우리나라와 미국에 비해, 덴마크는 40% 중반대를 넘고 있었다. 대변인은 또 두 달 전 여론조사에서 60%가 넘는 국민이 더 나은 복지를 위해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고 했다. 덴마크 최고 수준의 세율(소득의 62%)을 적용받는 고소득층인 회계사는, 그러한 세금이 "12년 동안 국가에서 받은 교육에 대한 대가"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레이션에 따르면, 덴마크에는 "자신의 富가 사회 덕분이라는 인식"이 확립되어 있다고 한다.
행복한 백년, 니코야 사람들
또 코스타리카였다. 나도 잘 보고 그녀에게도 보여준 정희진의 칼럼에 등장한 코스타리카. "너무나 사랑하고 있고요. 당신과 얘기하면 정말로 즐거워요. 하지만 언제까지나 친구로 지내요. 열정보다는 친구로…."라는 흥행곡의 코스타리카.
그리고 북쪽은 니카라과, 남동쪽은 파나마와 국경을 맞대고, 산호세라는 이름의 수도를 가진, 중앙아메리카의 코스타리카(República de Costa Rica). 위키백과에 따르면, 1502년 콜럼버스가 이 곳에 도착했으며, 1821년에 에스파냐로부터 독립, 1823년부터 1839년까지 중앙아메리카 연방의 일부였던 코스타리카. 중남미 국가 중에는 이례적으로 정치적으로 안정된 나라라고. 코스타리카는 아르헨티나, 우루과이와 더불어 다른 중남미의 나라들과는 달리 유럽인이 많고, 백인이 약 95%를 차지한다고.
* 아래는 설은영 워크홀릭 담당기자의 글 중 부분 발췌
(링크 → 생태환경의 대국 코스타리카① 생태환경의 대국 코스타리카②)
환경이 경제를 일으켜 세운 나라, 중앙아메리카의 꼬스따리까 공화국. 꼬스따리까는 국토의 거의 절반이 원시림이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나무가 울창하다. 국가의 보호를 철저히 받고 있는 이 원시림에는 각종 야생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는데 그 규모가 전 세계의 5%에 이른다. 나라의 전체면적이 세계 국토의 0.03%에 불과한 것에 비추어 볼 때 경이로운 현상이다. 이는 물론 수십 년간 굳건히 이어져 온 국가의 특별 보호 정책 덕분이다.
꼬스따리까의 자연보호정책은 1948년에 시작되었다. 놀랍게도, 이 나라는 군사비를 아예 없애버리기로 결정했다. 분쟁의 소지가 없어야 군대를 두지 않는 게 아니라, 군대를 두지 않음으로써 분쟁의 소지를 없애겠다는 선언이었다. 따라서 이곳의 군비는 0원. 대신 교육, 의료, 복지 부분으로 예산을 돌렸고, 국민의 생활수준은 월등히 향상됐다. 이곳의 이러한 정책이 주목할 만한 것은 그것이 곧 생태중심적인 마인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물론 자본의 공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자본의 힘에 눈뜬 몇몇 세력들은 이 틈을 타서 좀 더 거창한 놀이기구나 테마파크를 만들고자 끝없이 시도 중이다. 하지만 지역 안내자와 연구자들은 이런 현상을 지양한다. 생태관광의 핵심은 천연 그대로의 자연이므로 인위적인 굉음이나 오염을 야기 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거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연구자들은 수익이 생길 때 마다 환경 교육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며 동시에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도 꾸준히 마련하고 있다. 끼니를 해결하는 것조차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조식과 중식을 제공하면서 무상으로 교육을 시켜주기도 한다. 가난한 가정에서는 아이들을 먹이거나 학교에 보내려고 숲이나 늪지대를 마구 훼손하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미리 손을 쓰는 것이다.
꼬스따리까는 수선스럽지 않게 변화하는 곳이다. 그러나 그 변화의 과정과 결과들은 적잖이 충격적이다. 파괴되지 않은 열대림과 늪지대를 연구하기 위해서 세계의 많은 학자와 학생들이 수천 명이 오늘도 꼬스따리까를 찾는다. 자본과 싸우고 속도와 싸우는 최전선이 바로 꼬스따리까다.
자연이 오염될까봐 전전긍긍해왔던 정부는 자본 세력들과 좀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조우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자본의 투자와 운영방식은 각 기업이나 개인에게 맡기되 자연친화적인 재료만 써야 한다는 건축원칙과 강도 높은 환경보호정책만큼은 철저하게 정부의 뜻에 따라줘야 한다는 것이다. 몬떼베르데의 ‘폰다 벨라’ 호텔은 정부에서 내세우는 좋은 사례다.
꼬스따리까 곳곳에는 지금도 계속해서 환경호텔과 휴게소 등이 늘어나고 있다. 2008년 현재, 꼬스따리까를 방문하는 관광객은 연간 90만 명을 육박하고 있다. 이는 불과 십년 사이에 세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이 수치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며 환경오염에 대한 정부의 우려도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꼬스따리까는 도시의 미래를 제시했으나, 생태도시로서의 미래에 완료형은 성립하지 않는다. 미래, 그리고 환경은 이제 세상을 시험하는 가장 어려운 문제다. 이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꼬스따리까의 행보가 우리에게 어떠한 답안이 되어 줄 것이다. 그것을 수정하고 진화시키는 일이 남았다.
그리고,
* 멀리 온 당신들에게도 내 나이의 반을 나눠드리고 싶습니다. 그럼 당신들도 훨씬 행복해질 테니깐~ (103세 할머니)
* 지금 나도 잘 모르는 어떤 녀석들(제작진)이 와서 나를 찍어대고 있는데, 뭐 아무튼 나도 별일 없어~ (98세 할아버지)
* 나를 찾아오는 손주들과 친지들은 나를 평안하게 해 주고 내게 빛을 줍니다. 그 빛이 언제나 내 곁에 따뜻하고 밝게 머물고 있지요~ (99세 할머니, 그녀의 눈은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 신께 감사드립니다! 내게 이런 즐거운 삶을 선사해주었으니깐요~ (93세 할아버지)
이런 코스타리카 노인들의 여유 넘치는 위트들을 듣고 있노라니, 나는 서글퍼졌다. 우리 사회 대다수 노년의 초상은 왜 그리도 무언가에 치인 듯, 쫓기는 듯, 각박하게만 느껴지는지…. 지하철의 노인들, 태극기를 휘날리며 악쓰는 할아버지들, 쪽방촌의 노인들, 그리고 좌판에 쪼그려앉은 할머니들, 전단지를 돌리는 할머니들… 나이 일흔만 넘기면 세상이 다 꺼져버릴 듯 허덕대는 노년의 문화. 나는 우리 사회가 <존재론적으로> 얼마나 남루한지를 생각했다. 코스타리카의 육체파 할아버지는 자신의 삶을 주신 신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은(그리고 나머지 젊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을 주신 무엇에 감사를 드릴 것인가? 우리는 무엇에 감사함을 돌릴까? 어쩌면 우리는 형이상학적인 차원에서 자기 자신의 존재를 떠받들고 있는, '감사를 돌려야 할 무언가'가 끔찍하도록 없는 사회에 살고 있는 건 아닐까? … 뉴라이트가 왜 그렇게 마땅히 존경을 받아야 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강조하는지도 알 듯싶다. 아, 역사의 희롱, 정신사의 빈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