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창고

우스꽝스러움

Alyosha 2009. 8. 29. 08:15


 
 2009년 8월 29일 아침 8시이다.

 2009년 8월 28일 아침 8시경부터, 2009년 8월 29일 아침 8시까지 약 24시간동안은,
 내 인생에서 가장 '희극적인' 시간이었다.

 '희극적인: 뻔뻔스럽게 기계적이고 순환적인'
 있는 그대로의 내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가지고 장난쳤던….

 조금 '어리벙벙하다' 싶을 정도로 게으르게, 바로 이곳, 작고 밀폐된 학교 한 귀퉁이 방을 지키면서,
 나는 이빨 닦는 것도 미뤄둔 채, 잠을 자고, 주문한 옷이 배송되나 안 되나 끊임없이 확인하고,
 사람들의 미니홈피를 훔쳐보고, 컴퓨터 게임을 하고, 연예 뉴스를 뒤적거리고….

 과외 시간을 새하얗게 잊고 있었다는 것을 밤이 되어서야 깨닫고는 깜짝 놀랐다.
 그것이 내 마음을 한층 우울하게 했다. 나 혼자 우스꽝스러운 건 좋은데, 최소한의 것도 지키지 않았다는 죄책감….

 어제 아침 부랴부랴 공부거리들을 싸든 무거운 가방을 매고 학교에 오더니,
 어젯밤 11시경, 그만큼 무겁진 않았지만 그만큼 맥빠진 가방을 매고 집으로 돌아오고, 
 밤을 꼬박 새고 오늘 아침, 바로 그 가방을 다시 매고 여기에 도착하다: 마치 슬랩스틱 코메디를 보는 것 같다.
 
 정말 큰일이다. 큰일이다?
 이게 심각한 건가, 심각하지 않은 건가? 
 나는 지나치게 '긴장된' 상태인가, 지나치게 '이완된' 상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