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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의 전략






미적 가치와 그것이 개인적, 경제적 및 사회적 생활과 맺는 관계의 본성을 새롭게 검토함 (…) 감각적 호소력이 그 어느 시기보다 우리 문화에서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체와 표면 사이의 건전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표면은 중요하지 않다는 식의 단순한 주장을 하지 말아야 한다. (12)

나는 진정한 자아에 대해, 현실에서 유리된 한 세트의 사고 능력이 아니라, 시각적이고 촉각적인 피조물이라는 '이미지를 가지는데', 그 결과 나의 진정한 정체성은 내 몸, 내 주변 공간 및 그곳에 있는 물건들의 감각적인 측면들에서 반영된다. 사람들은 나를 바라보고 내가 진짜로 내가 진짜로 누군지에 관해 진실한 어떤 것들 속에 반영된 나 자신을 볼 수 있다. 표면과 실체는 잘 어울릴 것이다. 정체성을 포착하고 전달하는 것, 즉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아에 대한 느낌을 촉감적이고 진정한 것으로 전환시키는 것, 이것이 바로 미적 의미의 목적이다. (179~)

뉴욕타임스 경제 칼럼니스트인 저자(버지니아 포스트렐)가 주로 경영학적인 관점을 가지고 서술하고 있던 책. 영상사회학 리포트 쓰는 데 참고를 위해 도서관에서 속독했다. (결국 넣진 못했지만)

저자는, 결국은, 극도로 상품화된 현대문화에 대해 '긍정'하는 듯 보인다. 저자는 이 상품화된 문화를 '지배'하고 있는 <외양>과 <느낌>의 미학적 중요성에 대해 예찬하고 있는데, 그것은 트렌디한 경영의 중요성과 맞물리고 있을 것이다. 美와 돈이 떼려야 뗄 수 없는 이 시대에, 저자는 힘차고 선이 굵게 美의 '대중화'의 코드들을 예찬한다. 

저자에게 '예술의 진정성'이란 구시대적이고, 엘리트적인 개념에 불과하다. 왜? 그것은 <비인격적>이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진정성에 대한 요구는, 표면에 속지 않으려고 지나칠 정도로 객관적인 정의를 추구하려는 욕구에서 나온다. 이러한 요구는 대개 지식인들에 의한 "수사학적 무기"로 사용될 뿐인데, 또는 미학적인 '명령'의 어조를 띤 거만한 비평들인데, 그것들은 대중 개개인의 주관성을 무시한단다. 제러미 리프킨을 (외양의 중요성을 간과한 채) 물리적이거나 지적인 측면만을 고려한 비관론자라고 저자가 비판하던 점은 놀라웠다.

바바라 모스라는 회고록 집필가의 성형수술에 대한 예: "바람직하지 않은 생물학적 조건을 바꾸는 정당한 근거는 질병으로 인정될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쓸데없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우리는 의식이 자신의 형태상의 한계를 부정하는 생물학적인 존재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273) 
이 부분을 읽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키친> 속 어느 인물(주인공의 아버지?)이 생각난다. 극진하게 사랑하던 아내가 죽자, 트랜스젠더 수술을 받은 후 얼굴을 완전히 아름답게 성형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던 아버지(여성). 명랑하게, 자신의 삶을 끔찍하게 아끼고 사랑하며 "위대한 부정의 힘"을 보여준 그―. 여기서 '성형'이라는 은유는 매혹적이다. 버지니아 포스트렐의 말이 옳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바람직하지 않은 생물학적 조건"을 규정하는 사회적 조건에 대해서는 우린 무슨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의 미학 시대의 특징 중의 하나는 외적 권위에 의한 진정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192)
그렇다. 권위는 사라져버렸다. 이것이 중요하다. '후광'은 어디에도 없고, 욕구들은 다중적으로 분출된다. 저자는 이 욕구의 세태를 잘 보여줄 뿐이다. (더 잘 이용해먹으라고? 아님 대중을 위로하기 위해?) 마페졸리의 <현대를 생각한다>의 부제도 "이미지와 스타일의 시대"였는데, 이 책은 마페졸리의 사회학적인 시각이 지닌 깊이와 식견과 역사적 통찰을 뺀 후, 그의 논의를 '상품의 미적 스타일'로 집중시킨 듯 느껴졌다.

외양의 중요성….
깊이 탐구해볼 만한 관심주제다. 에코의 美,醜의 역사도 읽고, <사회적 삶의 에너지>도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