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악이야기

피아니스트 유종희의 환상 속의 왈츠 (5.20.)


 


 20일, 문충 이벤트에 당첨되어 피아니스트 유종희의 독주회를 감상했습니다.
 공연 제목은 <환상 속의 왈츠>.

 [노래와 춤, 그리고 예술가의 생애]라는 시리즈로 기획된 독주회였습니다.

  금호아트홀의 스테이지와 객석 구조는, 연주와 감상 측면에서 썩 좋은 환경은 아니라고 느껴졌습니다. 넓게 퍼지는 부채꼴의 관람석은 무언지 모르게 산만한 느낌이었습니다. 음향적으로도, 시각적으로도요…. 연주회를 감상하는 도중, 관객석에선 왜 그리 잡음이 많이 들리던지. 

 베토벤의 소나타(Sonata Op.27 No.1)로부터 시작된 연주회. 유종희 씨는 전체적으로 훌륭한 솜씨로 연주곡들을 소화해냈다고 생각되지만, 클래식과 고전음악의 초보격으로서 조금 조심스럽게, 혹 이날 컨디션이 조금 안 좋은 건 아닌지…? 하는 의구심을 가졌는데요.

 베토벤의 소나타와, 다음 쇼팽의 세 곡(Waltz Opus posth 69 No 1, No 2, 그리고 Polonaise-Fantasie Op.61)을 연주하시는 동안, 피아노의 소리에서 완전히 매끄럽고 부드럽지는 못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인터미션 후 연주된, 드뷔시의 <판화Estampes>는 조금 이국적이고 낯설면서도, 상상력이 풍성하게 담겨져 있진 듯한 곡이었습니다. 비오는 정원(Jardin sour la pluie), 그라나다의 황혼(La soiree dans Grenade), 탑(Pagodes).

 마지막으로 연주된 모리스 라벨의 <La Valse>.

 라벨의 곡은 <Bolero>밖에 모르고 있던 저에게, 이 곡은 매우 유쾌하고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무용 안무가의 의뢰로 작곡된 곡답게, 마치 한 편의 수려한 연극을 접한 듯한 느낌…. 마침 저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유종희 씨의 연주를 아주 가깝게 볼 수 있는 위치에 앉아 있었거든요. 피아노 위를 약동하는 그녀의 손을 지켜보면서, 저는 거의 환희에 가까운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앵콜은 없었습니다. 박수소리에 인사하시던 유종희 씨의 인사에서는, 여러모로 지친 표정을 읽을 수 있었는데요…. 이런저런 이유로 저에게는 조금 아쉬웠던 공연이었지만, 피아니스트 유종희의 연주를 통해, 베토벤, 쇼팽, 드뷔시, 라벨의 "노래, 춤, 그리고 그들의 생애"를 깊이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던 듯싶습니다.

 즐거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