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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왕가위 감독이 작정하고 '힘을 빼고' 만든 영화인 듯. 잔잔한 삽화격의 영화였으나, 감동적이었다.

 단순한 스토리 구조를 뒷받침하는 것은 화려한 캐스팅과 세련된 영상미.
 정말이지 그의 감각은 놀라웠다. 현대적인 재즈풍의 음악들도 좋았지만,
 섬세하게 약동하는 카메라워킹은, 그의 깊은 내공이 어우러진 '촬영정신'을 기막히게 드러낸다.
 (90년대 <KINO>의 기사: 영화 <해피투게더>가 만들어지던 과정에서 엿보이는)
 자신의 영감에 의존하며 며칠이고 꼼짝않고, 즉흥적인 촬영을 반복하던 그의 작업방식.
 그가 스태프와 영화를 장악하는 능력은 아마 놀라울 듯싶다.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감독의 주도권―.


아래, 두 장의 스틸컷을 비교해보는 것은 즐거우면서도 놀랍다. 대단하다.
쓸쓸하고 애잔한, 도회적인 느낌을 이렇게 선명하게 표현해낼 수 있다니.
   





 이안 감독과 함께 어느새 헐리웃의 유명 감독으로 약진한 왕가위. 그들의 내공은 어디서부터 나오는 것일까.
 고전으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영화史에 대한 공부가 어느 정도 된 연후에야 나름의 평가가 가능할 듯.
 참고로 이안 감독의 <브로큰백 마운틴>도 내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에서는 '남성-방랑/여성-기다림'이라는 고전적 도식이 정반대로 뒤바뀌어, 
 여성이 자신을 찾아(성장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미국을 떠돌고,
 남성은 그녀의 연락(마치 항해하는 선원이 고향의 애인에게 편지를 쓰듯)을 하염없이 기다릴 뿐이다.
 그러나 그 도식이 완전히 깨지는 것은 아닌 게,
 여기서도 남성은, 여성이 "어른이 되길" 기다려주는, 여성보다는 더 자신의 세계를 갖춘 성숙한 캐릭터.
 남녀관계의 '젠더 자의식'을 떠나서 본다면,
 언제나 더 성숙한 사람이, 상대방을 더 오래, 묵묵히, 변함없이 <기다려 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노라 존스는 매력적이었고, 주드 로의 패션 감각은 입이 떡 벌어졌다.
영화의 Porduction Desiner 장숙평 曰 ("나는 패션을 좋아하지 않는다, 덧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연들의 연기도 아주 자연스러웠다. 나탈리 포트먼….





 포스터들이 너무 아름다워, 잔뜩 포스팅을 해놓아도 아마 전혀 질리지 않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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