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 감독과 두 주연 배우
이윤기 감독은 <러브토크>(2005)와 <여자, 정혜>(2005)를 연출한 신진격의 감독인데,
이 작품을 보니 나는 그의 잠재력에 내기를 한 판 걸고 싶다. 물론 평단에서도 많은 호평을 받았다고.
왜 흥행이 되지 못했을까? 무언가 허전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는데,
이런 엉성한 포스터를 보니깐 왠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영화 홍보팀과 제작사에 딴지를 걸고 싶어졌다.
이 영화 왜 흥행에 실패했는지 그 이유를 좀 더 잘 아는 분이여, 댓글로 좀 알려주시라.
포스터들
잔잔하면서도 감각적인 카메라워킹은 왕가위 스타일의 영향이 느껴졌다.
지나치게 정적이었던 감도 없지 않았지만, 욕심 안 내고 무리하지 않아서 괜찮았다.
하정우는 이 영화로써, 내가 좋아하는 한국 남자배우의 대열에 찹쌀떡처럼 진득허게 합류함.
전도연…. 전도연을 보는 내 심경은 복잡했다….
(대개의 경우에) 그녀가 그려내는 캐릭터들의 무서운 집중력은,
여성의 <수동성>과 <식물성>을 끔찍하게 생생히 체현해내는 것이라는 생각….
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기: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조병훈(하정우) 스타일로 살지는 못할 것이다, 라는 생각을 했었다.
굳이 따지자면 아마도 난 김희수(전도연) 스타일에 좀더 가깝겠지? 조심스럽고, 까칠하고, 분석적이며, 냉정한 태도….
매우 유복한 '출신계층', 매우 잘 생긴 얼굴, 갖출 건 다 갖춘 조병훈(김희수는 거의 그 반대. 평범 그 자체)은,
그래서 서른이 넘도록 천진스럽고 인간성 참 좋은 '철부지'로 남아있지만,
(난쟁이 화가 툴루즈-로트레크와의 비교도 퍽 재미있을 듯: '인간을 완전히 믿어버리는' 습성)
그의 그 '넉살좋음'은 정말 부러웠다. 물론, 부러울 만한 멋진 모습이기도 했음.
"순수하다"는 것은 아픔을 겪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세상사 만만하지 않다는 걸 겪은 후에라도,
옛 동창 '이혼녀'와도 넉살좋게 웃으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정도가 되면 붙여줄 만한 표현임.
영화의 마무리도 센스 킹왕짱이었음!
둘의 첫만남 - '30여만원' 차용서 - 스페인 막걸리집의 몽타주,
깔쌈한 막걸리 한 잔 쭉 들이키고 난 뒤에 흥얼거리는 노래처럼 선선했다.
영화에는 이런 씬은 없어요. 살짝 변형된 그림이군요.ㅋㅋ
'영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워낭소리 (09.05.06) (0) | 2009.11.14 |
---|---|
<파이트 클럽>과 <빌리 엘리어트> (1) | 2009.08.27 |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0) | 2009.08.02 |
용서받지 못한 자 (0) | 2009.04.21 |
파리넬리Farinelli:Il Castrato · 샤인SHINE (0) | 2009.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