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다르 영화로는 처음 접해본 작품이었다. 그의 혁신적인 발명품이라고 칭해지는 점프컷을 비롯해, 다양한 영화적 · 미적 감각들을 자유롭게 풀어내어놓고 있는 느낌이었다. 예컨대 엉뚱하고 기발한 몽타주, 원색적인 조명과, 초현실적인 배경 및 장치들이 등장하는 화면, 장난스러운 마술효과, 자막의 활용, 뮤트효과를 비롯한 익살스러운 음악의 활용, <사랑은 비를 타고> 등 헐리웃 뮤지컬 영화에 대한 오마주 등등.
여주인공 애너 카리나는 아름다웠다. 이 영화를 찍을 땐 이미 고다르와 카리나는 연애 중이었고, 그녀는 고다르의 세 명의 아내 중 첫번째 아내였다고. 책장의 책과 스탠드를 이용한 남녀간의 침대 안의 다툼은 사랑스럽고 깜찍했고 또, 부러웠다. 막무가내로 아이를 낳고 싶어하면서도, 스트립쇼에 나가고, 스트립쇼에 나가는 걸 (당연히) 싫어하는 동거하는 남자에게 "네 250프랑으로는 살 수 없어."라고 쏘아붙이는 안젤라. 전혀 진지하지 않은 코메디 중에서, 내게 이 장면만은 코메디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배우들의 동선과 카메라를 이용한 (남녀간의 긴장을 극적으로 드러낸) 마지막 숏은 다시 한 번 봐야겠다.
"그는 그녀를 믿었다. 그녀를 사랑했기 때문에. 그녀는 함정에 빠졌다. 그를 사랑했기 때문에."
재미있게 봤다고만은 말할 수 없고(조금 지루했으며), 고다르의 영감에 마냥 찬탄하지만도 않았지만(신선하게 느껴진 정도였다)…. 앞으로 고전영화를 많이 접하고 영화史를 좀 더 공부하면서 천천히 생각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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