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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좋지 아니한家>와 <동감> (07.12.21.)






이렇게 감동적인 영화는 참 오랜만이었다. 사실 감독의 인터뷰를 보고, 영화가 참 잘 됐다는 평들을 보고 영화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었는데, 직접 보고 나니 왜 그런 평들이 나왔는지 알 것도 같았다.

영화의 담담한(시각적으로는 모든 인물들의 '느릿느릿한' 동작들과 카메라 워킹으로 형상화 되었는데) 시각이 무엇보다도 마음에 들었다. 학교 선생님의 권위가 곤두박질 치고, 가정내의 유대감과 따뜻한 정서는 온데간데 없고, 가부장적인 분위기의 집안에서 어머니는 '밥 짓는 기계'처럼 대접받고, 그 어머니가 한순간 젊고 멋진 남자에게 반하고, 원조교제하는 가난하고 어린 여중생이 있고(이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 이슈에 '집중하는' 사회의 시선조차 노골적이고 뻔뻔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일까?), 큰아들인 용태는 알고 보면 친자식이 아니고, 이모는 얹혀살면서 허구한 날 무협소설 타령만 해 대고….

이 모든 것들이 심각하게 바라보면 '가정문제'요, '사회문제'며 얼마든지 캄캄하고 절망적인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만약 우리가 그것들을 담담하게 바라본다면, "지구에게는 영원히 보이지 않는 달의 뒷면처럼", 그것들은 우리 모두가 누구나 간직하고 껴안은 채 살아가야 할 삶의 한 부분부분들로 변할 것이다. 마치 영화 속 등장하는, 혈통과 족보를 무시하고 사랑을 나누는 개들처럼…. '가족'이란 한 인간의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이 겹치는 필연적이고 역사적인 공간인데, 그것을 담담하고 여유 있게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한 인간의 풍부한 자산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 한걸음 떨어져 있는 '여유'에 유머가 있고, 강함이 있고,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이란,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나의 바람에 꼭 들어맞는 아내, 자식, 부모가 세상에 어떻게 존재하겠는가. 그 '바람'이야말로 어떻게 보면 파편적이고 이기적이고 근대적인 어리석음이 아니겠는가. '나'는 물론 그 누구보다도 소중하다…. 그러나, 누군가와 같이 살면서, 참고 견디고 '나'를 버리는 동시에 새로운 '나'를 얻어가며, 하나의 울타리(그것이 굳이 '가족'이란 불변의 형태는 아니더라도)를 깨지 않고 그에 대한 '의리'를 계속 지켜가는 것도 정말 멋진 일일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그 보이지 않는 의리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름으로 심각한 문제들을 한아름씩 껴안은 채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 가족을 포함한 한국사회의 모든 가족들이여, 정말 화이팅이다!   

 



 

유지태의 연기가 저렇게 미숙할지는 몰랐다.ㅋㅋ
영화를 직접 보면서는 스틸컷과 뮤직비디오의 힘을 실감했다.
후자의 선전에 비해서 원작의 완성도가 너무 떨어진 것 같아서….
영화의 전반적인 작품성이 너무 허술하게 느껴졌음에도 영화가 밉지 않고 쏠쏠하게 느껴지는 게 신기했다.
21년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무전기는 '미래에 대한 자기예언'을 상징한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2000년의 유지태가 1979년의 김하늘, 그리고 2000년의 김하늘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어떤 부정적인 자기예언 없이, 겁 먹지 말고, 현재 자신의 사랑에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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