낄낄거리면서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 신실한 카톨릭 교도였다는 맥루언. 태생적인 학문적 주변인의 창조성과 외로움과 고집의 정서. 말년의 불우함 등등. 그러나 주로 생애 파트만 대충 읽은 속독이었고, 언젠가 이 책을 사서 봤으면 좋겠다.
"맥루언은 다른 교수들과 달리 거의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강의하지 않았다. 그의 강의는 그야말로 예측 불가능했다. 그는 종종 수십 권의 책을 들고 교실에 들어섰다. 그러나 정작 강의 시간에는 그것들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는 또한 학기 중 다루어야 할 범위를 미리 정해놓고 진도를 맞추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베이컨을 다루기로 한 시간에 들어와 배트맨에 대해서만 얘기하기 일쑤였던 것이다." (225)
"한번은 시카고 대학에서 햄릿에 대해 사지선다형 객관식 시험을 본다는 소식을 듣고는 시카고 대학이 '소박한 합리주의native rationalism'에 빠져 있다고 혹독하게 비난했다." (226)
"(…) 시간 편향성과 공간 편향성이 갈등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은 문자가 발명되면서부터이다. 글이 만들어지자 사람들은 말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주술적인 마력을 믿지 않게 되었으며, 선대로부터 내려와 연장되고 이어지는 관습의 타당성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었다. 종교가 지니고 있는 암묵적인 권위에도 도전하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글을 읽고 쓰는 것으로부터 과학과 세속주의가 탄생했고, 시간보다는 공간을 지배하려는 욕구가 커졌다는 것이다." (234)
"맥루언은 통상 한 주에 서른 다섯 권의 책을 뒤적거렸다. 우선 책이 읽을 만한지 가늠하기 위해 책의 69쪽을 펼친 후 근접한 지면과 목차를 살펴본다. 만약 69쪽 주변에 눈여겨볼 만한 정보와 아이디어가 들어 있지 않다면, 그 책은 관심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만약 69쪽에서 그 책을 계속해서 읽을 만한 어떤 것을 발견하는 경우, 그는 그때부터 그 책의 오른쪽 지면만 읽는다. 원래 책이란 불필요할 정도로 중복이 많기 때문에, 한쪽 면만 읽어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241)
"맥루언이 테크놀로지 일반에 대해 취한 태도는 다분히 탈인간중심적이었다."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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