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어제)의 패배를 잊지 않으리! 대학 문예상 공모에 내려던 '20대 비평'을 결국 완성하지 못했다. 이 책이 여러모로 재미있게 쓰일 수 있었던 글이었는데. 그러나 나쓰메 쏘세키의 <도련님>에 나오던 말처럼, 안 되면 될 때까지 도전하고, 또 다시 도전하는 게 결국은 정직한 자세가 아닐까. 김찬호 쌤 참 글 맛깔나게 잘 쓴다. 2학년 2학기 문화인류학 강의는 소중한 기억이다. 체력의 중요성과 물구나무서기 이야기가 기억나고, 삼성에서 몇백 만원짜리 강좌를 맡았었다는 나름의 '자랑'도. 인류학이 '새로운 스타일의 휴머니즘'적 세계관이 될 수 있다는 김우창 쌤의 레비-스트로스 관련 칼럼.
삶은 시간을 창조한다. 인간은 역사를 만드는 동물이다. 역사는 단순한 사실의 축적이 아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유기적으로 잇는 敍事가 역사다. 역사는 거대한 집단뿐 아니라 개인의 차원에서도 생성된다. 시간의 연속성 속에서 자신을 발견할 때, 우리는 비로소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경험을 이야기로 빚어내고 그 의미가 타인에게 공명될 때, 인생은 '살맛'이 난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삶을 관조할 수 있는 여백이 필요하다. 그 바탕화면에 떠오르는 삶의 흔적들을 건져 올려 자아의 빛깔로 아로새길 수 있는 언어가 있어야 한다. (8)
*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에 관하여.
* 사회심리학의 '의미 있는 타인'(significant other)라는 개념.
* 마포구, 성미산 마을.
* Precariat: Precarity + Proletariat
* 영화 <가족의 탄생>과 그보다는 영화 <레이첼, 결혼하다>
* 조승헌 박사의 '행복 그래프': 한국 남성은 40대 초중반기에 바닥을 치는데, 외국과 다르게 그게 올라가지 못한다는 것.
* 그리고 '포르노化'라는 개념에 대해 공부할 것.
"삶이 비극인 것은 우리가 너무 일찍 늙고 너무 늦게 철이 든다는 점" 피에르 신부 曰
2002년 월드컵 대회 거리 응원을 통해 드러났듯이, 한국 젊은이들의 몸 속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태엽처럼 감겨 있다. (31)
대학에서도 상담소를 찾는 학생… 청소년기에 자존감을 키우지 못한 채 오로지 공부에만 매달리다가 대학에 들어와 본격적인 진로 탐색에 들어서면서 자신이 무척 보잘 것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부 이외의 경험이 희박하고 타인으로부터 살아가는 힘을 얻어 보았거나 자신이 사회적으로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해 본 적이 없는 것이다.
하워드 가드너 曰 "30년 넘게 하버드대에서 가르치면서 많은 한국 학생을 접해 왔다. 한국 유학생들은 대체로 우수하지만 타인의 비판에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훌륭한 인재로 거듭나기 위해선 비판으로부터 무엇인가를 배워야 하는데 한국 학생들은 일단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심리적으로 위축돼서 아예 학습의욕을 잃는 경우를 자주 봤다. 비판을 생산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존중의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이나 성취에 대한 비판이 꼬투리를 잡거나 깎아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여기는 풍토가 되어야 한다. 설령 그런 의도로 말했다고 해도 나의 향상을 위한 지적과 격려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58)
"우리 의식 속에 진정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이 뒤바뀌어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이에 대해 말하기 시작해야 한다." (사법고시원에서 자살한 어느 수재의 이야기를 읽을 땐 왜그리 뭉클하던지.)
한국 청소년의 협동학습 능력은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즉 "나는 그룹 내 다른 학생들이 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그룹 내 다른 학생들과 함께 공부할 때 가장 많이 배운다" 등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는 아이들이 가장 적다는 것이다.
리차드 바크 曰 "배움이란 당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발견하는 일이다. 삶이란 당신이 알고 있는 그것을 증명하는 일이다. 그리고 가르침이란 당신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에게도 그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일깨우는 일이다. 우리는 모두 배우며, 살며, 가르치고 있다."
요즘 가난한 애들은 절대 가난한 티를 안 내요. 사실 이래서 더 예속이 되는 거잖아요. 가난을 긍정해서, 겉으로 드러나는 그 까짓 게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가야지, 반대로 가리는 쪽으로 갔어요. 이거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닌데, 이것이 나를 건강하고 활기차게 해 주냐 물어야 해요. 그렇게 해 주면 아주 좋은 일이죠. 젊음을 제대로 살고 있는 일이에요. 정답이 책이다, 공부다가 아니라 이것이 내가 능동적으로 선택한 것이냐 물어야 해요. (고미숙 인터뷰)
아주 희미한 빗줄기를 앞세워 어둔 길 걸어본 적 있네
손을 잡아 줄 사람 하나 그리워하며 벼랑 끝을 간 적 있네
입 속에 고인 얼마간의 침을 되새김질하며 걸었네
나 그 짐을 지며 기꺼이 길을 떠났네
살아가며 겨우 몇 발자국 밖으로 걸어 본 듯한 청춘의 어느 날
― 정은숙, <청춘>
손을 잡아 줄 사람 하나 그리워하며 벼랑 끝을 간 적 있네
입 속에 고인 얼마간의 침을 되새김질하며 걸었네
나 그 짐을 지며 기꺼이 길을 떠났네
살아가며 겨우 몇 발자국 밖으로 걸어 본 듯한 청춘의 어느 날
― 정은숙, <청춘>
스티븐 잡스 曰 "여러분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의 삶을 사느라 그것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도그마에 걸려들지 마세요.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의 결과에 얽매이는 것입니다. 타인들의 의견이라는 소음이 당신의 내면에서 우러나는 목소리를 집어 삼키지 못하도록 하십시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신의 마음과 직관을 따르는 것입니다. 그것은 당신이 진정으로 무엇이 되고 싶은지를 이미 알고 있습니다. 나머지 모든 것들은 부차적이지요."
디자이너 김영세 曰, "그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려는 마음이 자신의 창조성을 일깨우는 원천"
셰익스피어 曰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사랑이 시작될 때"
책 <세대를 가로지르는 반역의 정신 쿨>: 영국의 언더그라운드 저널리스트 딕 파운틴/사회학자 데이비드 로빈슨
쿨함: "나르시시즘, 역설적, 초연함, 쾌락주의"…"열정과 감각을 필요한 순간에 발휘할 수 있는 신비스러운 자기 포장술"
신화학자 캠벨 曰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인생의 의미라기보다는, 살아있음의 경험 그 자체" (134)
두 사람의 관계를 정의하고 스스로 입법자가 되어 권리와 의무를 협상하는 사적 영역에서 일상생활의 민주화가 시작된다는 것. 성문화된 규칙이 아니라 서로의 인격을 신뢰하고 자율성을 훈련하면서 성찰 능력이 육성된다. (벡/기든스)
T. S. 엘리어트 曰 "모든 인간관계는 사랑할 능력이 없는 사람과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 사이의 관계"
오스카 와일드 曰 "로맨틱한 사랑은 자기를 기만하는 것으로 시작해, 타인을 기만하는 것으로 끝난다"
빅토르 위고 曰 "행복은 자기도 모르게 스스로의 힘으로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다."
미국의 히피족 등 급진적인 자유주의자들의 실험이 종종 있었지만, 남녀관계에서 배타적 소유욕까지 넘어서는 데는 늘 한계를 드러냈다. (207)
모든 자유는 순간이다. 그것은 세속적 규율을 해탈시키는 듯이 보이지만 결국 더 큰 규약과 제재와 규율 속에 있는 것이다. 그러한 규약과 규율의 질서를 획득하지 못할 때 사랑은 파괴적이 되고 만다. 그래서 인간의 모든 비극이 생겨나는 것이다. 사랑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패러독스의 조건이다. (김용옥)
사랑이 자명한 질서를 이루면서도 거기에 가치의 체계가 있다는 것은 사랑의 행위에 선택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사랑의 질서는 규범적으로도 존재하고 현실적 사실로도 존재한다. 그러니만큼, 사람이 실천하는 사랑에는 현실적 한계가 있고 동시에 보다 넓은 것으로의 진화 가능성이 있다. 이것은 개인의 경우에나 사회와 역사 문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개인과 사회 그리고 시대는 그 한정된 여건 아래에서의 사랑의 사명을 다하면서 보다 큰 완성을 가리킨다. (김우창, <정의와 정의의 조건> 中)
조한혜정 曰 "오늘날 모성은 굉장히 도구화되어 있어요. 내가 살 길은 아들이 잘 되는 것밖에 없으니까. 여자가 당당하고 자기 할 일이 있으면 진짜 아들 딸 차별하지 않고 다 사랑하게 돼요. 제도로서의 모성이 아니고 체험으로서의 모성, 그게 바로 측은지심이라고 보는데 그것이 가정에서 살아나고 사회에서도 살아나면 좋은 사회가 되는 거예요."
C. G. 융 曰 "사람은자신의 가슴 속을 들여다볼 때 비로소 시야가 트이게 된다. 바깥을 보면 꿈을 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깨어날 것이다."
공적 담론의 장에서 노년은 의미가 증발해 버린 일종의 '문화적 황무지'…'따뜻한 시선'은 그들을 과거에 묶어놓고 칭송한다는 공통점…압축성장을 해온 한국사회의 경우 급격한 사회 변동이 인생에 가하는 충격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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