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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이야기

아이의 사생활



 1부 남과 여

 심리학의 세상이 왔다. 교양의 황무지였던 TV를 무엇보다도 심리학으로 채워가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주변 젊은이들의 심리학에 대한 관심 또한 엄청나다. 아마도 TV 및 매스컴에서 심리학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보여 준 교양 프로그램이 등장한 게 몇년 되지 않았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아침마당> 같은 프로에 나왔던 '정신과의사'들 수준에 머물렀던 것 아닐까?) 그만큼 우리나라에 비로소 <인간> 자체에게 관심을 갖는 지적 토양이 마련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남녀 성차를 심리학적 시각에서 '과학적으로' 설명하려 하고, "최초의 실험"이라는 사실을 심하다 싶을 정도로 강조했던 1부를 보면서, 나는 심리학으로써 설명되지 못하는 세계에 관해 자주 상기했다. TV 다큐에서 엄밀한 과학성을 요구하는 건 무리겠지만, 어찌 되었든 어설프고 그다지 정확하다고는 볼 수 없는 편집된 실험 결과를 보면서 혀를 차기도 했다. 1학년 시절, 현정 지인과 벌였던 '성차' 논쟁이 떠올랐다.  

 어쨌든 나의 의문은 후반부에서 풀리기는 하였으나(외부적 성과 '성차'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소수; 전체의 약 17%; 또는 두 성적 특징의 장점을 고루 갖추고 있는), '성차' 이론에서 벗어나는 소수에 대한 설명은 어느 의사가 리처드 도킨슨의 <이기적 유전자>의 주제를 한 마디로 요약한 것이 끝이었다. 그리고 거창하게 등장하는 "소수가 존중될 때 진정한…" 운운. 다큐를 보면서 이렇게 미시적인 조악함을 찾아낸 건 솔직히 이번이 처음이다. 밥벌이를 위한 승부욕의 발동인가.

 전반적으로 우악스럽고 거친 느낌이었지만, 아마도 성차의 문제를 그렇게 민감하거나 전복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퍽 설득력 있는 구성이었을 듯싶다. 깔끔하고 트렌디한 편집과 효과들. 그리고 많은 유명 교수들과 권위자의 인터뷰. 내용은 아쉬웠을지라도 이 <아이의 사생활>시리즈의 '저력'은 충분히 느껴졌다. 

 * 검지와 약지 사이의 비율로 남성성과 여성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요새 '성차' 이론의 화두란다. 학문의 세계는 넓고도 신비하다.


 2부 도덕성

 내가 대학 초년 시절에 장 자크 루소를 읽었다는 건 참으로 다행이었다.

 1부에 비해서 좀 더 안정감 있는 구성이었던 듯.
 후반부의 '소수'(의 도덕성)에 대한 강조가 전체적으로 더 자연스러웠고, 무리가 없었다. 소수의 도덕성을 확인하며 결국 인간의 성선을 이끌어내는 논거로써 감동적으로 연결시켰다.

 아마도 이것을 철저히 파헤친다면, 사회-구조적인 의식적 제도적 측면에 대한 흥미로운 고찰이 될 수 있으리. (왜 도덕적이지 못한 다수가 발생하고, 그들이 사회 분위기를 주도하게 되는가?) 이쯤 나아갔을 때에야 도덕성에 관한 확실한 사회심리적 영향이 드러나리라.

 스탠리 밀그램의 실험은 이런 분야에서 참 많이 인용되는구나. 하나의 성공적인 실험이 얼마나 좋은 고전적 텍스트로서 활용될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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