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쳇바퀴를 굴리고 있는 느낌이다.
손에 금방 잡힐 듯 하다가도 잡히지 않아, 나를 무력하게 만드는 좌절감.
이제는 곧 정말 '어른'이 될 수 있겠거니 하다가도 또 다시 전진하지 못하는 나약함.
이 과정의 반복, 순환….
흐리멍텅한 나의 '경계'. 끝맺지 못하는 사람에게 시작이란 없는 법이니.
나는 무엇을 '시작'해본 적이 있던가? 정말로 내 투지와 열의를 불러일으켰던 사건이 얼마나 있던가?
나는 너무 많이 기웃거렸고,
너무 많이 생각하였고,
너무 가벼운 분노를, 또 너무 얕은 한숨을 되풀이했고,
이제는 그 되풀이의 자세가 거의 완전히 편안해져버렸다.
대학 졸업 직후부터…. 이렇듯 갇힌 채 바퀴를 굴리는 심경이 되었는데,
사실 그러한 심정은 물론 4년간 대학을 다니던 때도 마찬가지였고,
대학을 들어가기 이전에도 마찬가지였으며,
그것은 또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도 마찬가지였으리라.
다만, 행복하게도, 그 땐 내가 나도 모르게 다만 쳇바퀴를 굴리고 있던 것을 모르고 있었겠지.
나는 멈추어 있다.
싸우고 이겨보지 못한 자처럼,
자신을 포기해보지 못한 자처럼,
자신의 길을 결정해보지 못한 자처럼.
어제의 나처럼, 세 달 전의 나처럼, 3년 전의 나처럼.
태어나던 순간의 나처럼.
…세상의 뿌리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의 뿌리를 직접 이 두 손으로 건드려보지 않으면 안 된다.
먼저 나 자신의 뿌리를 직접 이 두 손으로 건드려보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