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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흐름

그러해서 나는




이제 본격적으로 '취뽀'에 나서게 되었다. 
그리고 일단 내가 목전에 둔 취업 전선에서는 글을 잘 써야 한다.


'글쓰기'와 관련해, 지난 1년여간 그렇듯 발가벗겨진 기분을 느낀 건 뜨억한 경험이었다. 비판도 많이 듣고, 이런저런 싫은 소리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나란 사람 얼마나 교만하고 옹졸했던가. 나는 (글을 잘 쓴다고 믿었던) 나의 내부와 (알고 보면 내 글 별 거 아니라는) 외부적 평가간의 괴리와 불일치를 견딜 수가 없었다. 그 '못견딤'은 곧 '부정'과 '합리화', '공상'과 '신세타령'과 '사회비판'의 다섯 가지(실은 그보다 더 되겠지만) 형태를 띠고 나타났다.


1. 부정
"나는 글을 못쓰는 게 아니야. 단지 이런 형식의 글을 많이 안 써봤던 거고, 근사하게 쓸 수 있는데 시간이 부족할 뿐이지" 外

2. 합리화
"내 글이 이렇게 허접한 건 내가 이 방면 취업을 준비한 것과 이런 글을 쓰기 시작한 지가 오래되지 않은 탓이지" 外

3. 공상
"알고 보면 이런 글쓰기는 내 스타일이 아니니깐… 나는 사실 예민한 감성과 소설가적인 기질을 가졌는데." 外

4. 신세타령
"내가 이렇게 돈 버느라고 고생하지 않는다면, 내게 조금만 더 물질적이고 정신적인 여유가 있었다면, 글쓰기는 문제가 아닐 텐데" 外

5. 사회비판
"이런 틀에 박힌 글쓰기로 줄세워서 좋은 인재를 골라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구세대의 편의주의적인 발상 … 운운" 外


요즘에 읽고 있는 자기계발서 <굿바이 게으름>에 따르면, 저 다섯 가지 반응들은 모두 '게으름'의 다른 얼굴에 지나지 않는단다. 사실 정확한 얘기이고, 그건 1년 전부터 내가 느껴왔던 바이기도 했다…. 나는 더이상 게으르지는 않으련다. 저 책의 저자는 게으름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삶의 에너지가 하나로 집중되지 못하고 흐트러진 상태"라고 말한다. '집중'이야말로 게으름과 부지런함을 나누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것이다. 

 
다른 이들보다 글을 잘쓰든 못쓰든 간에, 일단 누구보다 글을 잘 쓰려고 몇 배는 더 아둥바둥거려보자. 그런 후에야 나는 김화영 선생님의 이런 말을 음미해볼 자격을 얻으리라.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입에 발린, 무한 경쟁이라는 구호는 느리고 반성적이어서 결과물이 화끈하지 못한 인문학을 그늘로 내몬다. 사고의 깊이와 감성적 예지를 기르라고 논술시험을 만들어놓으니 학원이 답안 작성하는 요령을 가르치며 돈을 번다" (동아일보 6. 8. 칼럼) 남들이 "답안 작성하는 요령"을 배워온다고 언제까지 투정하고 있을 텐가. 이미 시험은 시작되었는데. 그리고 이 '시험'을 친다고 선택한 건 바로 나 자신인데.


자기가 하겠다고 택한 목표를 성취하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예컨대 니체가 봤다면,
그는 비웃을 가치도 느끼지 못하고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으리라. 노예보다 못한 시키, 라고 했겠지.
이제는 철 좀 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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